상처와 흉터가 생긴다고 해도 우리는 살아갑니다.
사랑도 그렇듯, 우리는 살아가면서 계속해서 사랑합니다. 각자가 가진 깔로르는 각기 다른 특별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깔로르 속의 기억은 때때로 고통스럽고 지우고 싶은 흔적이기도 하고, 잊어버리고 싶지 않은 눈부신 순간의 흔적이기도 합니다.
어찌 되었든 과거에 디뎌왔던 흔적이기에, 그 시간 속에 스스로가 존재했기에, 현재를 완성하는 파편이 되어버린 깔로르는 좋든 싫든 나의 일부가 되어 함께 살아갑니다.
열에 데이듯 따뜻했던 흔적이, 그리고 기억이, 고통스러운 순간도 분명 존재하지만, 행복했던 순간도 분명히 존재하기에, 돌아갈 수 없는 찰나의 기억을 담고 있기에, 비록 애증 하더라도 모두가 언젠가는 각자의 깔로르를 끌어안아 줄 수 있기를 이 작품들을 빌어 바랍니다.
각자의 깔로르를 마주하고 치유할 수 있는 날이 모두에게 찾아오기를.
About Calor
작품의미와 설명
Calor 2023 깔로르의 주제는, 사랑이다.
아이패드에서 작업한 이번 작품들은 여성 화자의 흑백 누드 드로잉 위에 빨간색 문양이 몸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게 특징이다. 라틴어로 열을 의미하는 Calor 문양은, 작가의 작품관 속 사랑이 불러일으키는 다양한 감정들을 연상한다.
사랑은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하며, 그 형태가 다양하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그런 수수께끼 같은 부분이 사랑을 매력적인 주제로 만들어준다. 사랑은 복잡하고 미묘한 여러 감정의 혼합체인 만큼, 깔로르 속 사랑에는 소설 한 권과 같은 사랑의 발단과 전개, 클라이맥스, 결말, 그리고 어쩌면 그 이후까지가 전부 내포되어 있다.
작가가 깔로르를 구상하고 작업을 시작했을 무렵, 작가가 해석한 사랑의 다양한 정의를 담아낸 이번 전시 속 작품들은, 작가의 사랑에 대한 시각과 해석을 엿볼 수 있다.
깔로르 속 사랑은 화자를 성장하고 한 단계 더 단단하게 만들기도 하고, 화자를 심해로 끌어내리듯 가라앉히기도 한다.
깔로르의 화상 흉터와도 같은 모양과 색은, 사랑에서 얻어 간 큰 행복의 대가를 의미하기도 한다. 진행 중인 사랑 속 정점에 달한 온도는 아무리 높고 뜨거워도 해를 입히지 않지만, 그 끝을 마주한 순간 과거의 열기는 예전과 같이 안전할 수 없다. 그러한 모순처럼, 깔로르는 사랑이 끝난 후 뒤따르는 흔적, 기억, 그리고 증거를 의미한다.
작품 속 화자는 고통스러운 모습으로 웅크리기도 하고, 당당하고 도발적인 자세를 취하기도 한다. 이는, 화자가 겪고 있는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과 감정의 기복을 나타낸다.
또한 화자의 몸에 피어있는 깔로르는 타인과 일상 속에 접촉하지는 않는 곳에 위치해있다. 연인 간의 사랑을 표현하는 만큼, 누드 속 깔로르는 연인의 애정이 닿아 온기가 남아있던 곳을 의미한다. 이는 ‘연인의 손길이 과거에 닿았던 곳에 흔적처럼 남아 박힌 기억의 조각'이라는 작가의 초기 모티브에 맞춰 시현된 부분이다.
붉은색의 깔로르는 애정을 상징하기도 하고, 피와 같은 색으로 상처, 뜨거운 온도나 화상을 상징하기도 한다. 흑백 누드에 뚜렷하게 대비되는 붉은 색상은 깔로르의 존재감을 나타내며, 깔로르를 제외한, 사랑을 제외한 세상을 흑백에 빗대어 표현했다.
Calor 2023
Exhibition in Seoul
오시는 길
(6월 16일 ~ 6월 18일 )
서울 관악구 청롱 3길 12 지층
봉천동 8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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